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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씨와 불의 신, 제륜신, 마석신, 야장신

통구 사신총과 집안 오회분 오호묘 및 사호묘 널방 천장 주위에는 일련의 약동하는 신화적 인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들의 존재는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초기 문화적 행위와 관련하여 특별히 우리의 눈길을 끈다. 우리 고분에서 나란히 출현하고 있은 인신우수人身牛首의 신상은 염제신농으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오회분 오호묘에서의 경우 오른손에 벼이삭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부터 농업신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식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회분 오호묘 및 사호묘의 신농 형상 주위를 보면 비의飛衣 같은 것을 입고 무엇인가 붉은 것을 손에 쥔 신령이 그려져 있다. 붉은 것이 불씨임이 맞다면 이 신은 염제신농을 보좌하는 축융일 가능성이 높다 곽박은 축융에 대해 고신씨의 화정火正으로서 화신이라고 주를 달고 있다. 축융의 형상은 <산해경>에서 짐승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두 마리의 용을 타고 있다고 하였으니 벽화의 그것과는 상당히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

 

다시 두 고분에서는 공통적으로 수레바퀴를 만드는 제륜신(製輪神)이 등장한다. 산해경을 보면 제준의 후예인 길광吉光이 처음 나무로 수레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태고의 수레는 소박한 통나무 바퀴 수레였으므로 벽화에서와 같이 바퀴통과 바퀴살을 온전히 갖춘 수레바퀴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벽화상에서 제륜신인 길광은 화신인 축융과 더불어 상당히 문명화되고 인간화된 형태로 표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두 고분의 축조연대가 이미 6세기 무렵인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오회분 사호묘에는 숫돌에다 무엇을 가는 마석신磨石神과 쇠망치질을 하는 冶匠神야장신이 등장하고 있어 흥미롭다. 마석신의 신명(神明)은 알 수 없으나 산해경에서 이미 거친 숫돌, 고운 숫돌, 검은 숫돌 등을 구별하여 다수의 산출처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사실로 미루어 숫돌이 고대인의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도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치우는......구리의 머리에 쇠의 이마를 하고 모래를 먹으며 다섯 가지의 무기, , , 큰 쇠뇌를 만들었다.“ 태평어람는 기록은 무기제작자로서의 치우의 야장신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고구려 벽화 속의 신의 계보

그러면 이러한 고구려 고분의 신화체계 속에서 신보(神譜)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우선 우리는 이들이 각각 농업신, 화신, 야장신, 제륜신, 마석신으로서의 기능적 성격을 띤 문화영웅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문화영웅은 신화에서 창조신 다음에 출현하는 2차적 신격이다. 우리가 이들 신령의 이면에 깔려 있는 얼마간의 종족적 배경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의 신성이 이처럼 신화와 역사가 겹치는 부분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들은 각기 직업의 유래를 설명하는 직업신으로서의 성격도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농, 축융, 치우, 길광 등은 모두 동이계 신화상의 중요한 존재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길광은 산해경내 동이의 대신(大神)인 제준 곧 순()의 후예이며 치우는 황제의 강력한 적수였던 동이의 대군장으로 알려져 있다. 신농, 축융 등을 치우와 아울러 남방 묘만계 종족의 대신으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았으나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동이계 신화로부터 분화된 존재이다

오늘날 신화 연구에 의하면 楚辭초사를 중심으로 한 남방신화의 諸神제신의 2/3이상이 동이계 신령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며 초문화의 형성에도 은 등 북방문화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楚辭초사에서 발견되고 있는 돌궐어의 흔적이라든가 시베리아 문화요소 등은 이러한 사실을 지지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울러 우리는 고구려 벽화상의 이들의 복식이 조류숭배의 한 표현인 비의(飛衣)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도 이들이 동이계 신화상의 인물로서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염제신농씨, 축융, 치우 등 3명의 주요 신령들이 모두 불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이계 신화의 유력한 종교적 바탕인 샤머니즘에서 불은 샤먼의 능력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엘리아데는 샤만이 스스로를 보증할 수 있는 장기로서 두 가지를 들었다. 그 두 가지란 주술적 비상과 불의 통어이다. 또한 우리는 동이계 신화의 샤머니즘적 기반을 염두에 둘 때, 본래 동이계 종족의 군장이었던 이들이 샤만이거나 은대의 임금들은 무군(巫君)적 존재이었을 것으로 추정해도 좋을 것이다.

 

고구려 벽화의 야장신이 연단술로

우리는 신농, 축융, 치우와 같은 초기 무군들의 불의 통어술이 야금술적 단계를 거쳐 丹藥단약합성을 위한 연금술적 단계로 이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점에서 그라네가 일찍이 야장집단과 도교와의 기원적 상관성에 주목했던 것은 놀라운 착상이었다. 신선가들이 옛날의 야장이 금속을 정련해냈던 것과 똑같은 정신으로 갖가지 광물질 약재를 가열하여 불사의 단약을 추출해내려 했다는 유비는 여기에서 가능해진다.

우리는 <열선전>에 기록된 초기 신선 중의 일부가 야장 출신이거나 최소한 불의 탁월한 운용자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송자는 불 속에 들어가 제 몸을 태우는능력을 지녔고 영봉자는 도공(陶工)의 우두머리였으며 양모, 사문 등도 모두 불을 다루는 기술을 터득한 인물들이었다.

  화신제륜신마석신.png

 

글. 정재서, 동양적인 것의 슬픔,살림,1996

출처: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nbone&logNo=22044631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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